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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물아홉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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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7.15.2011
    스물아홉번째 편지

    디지탈 시대에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수 있습니다.
    우리가 녹음이라고 말하는 tracking, 녹음된 소스들을 다듬고 손질해서 하나의 완성된 곡으로 만드는 mixing
    그리고 완성된 곡들을 모아서 최종 원본 씨디를 만드는 mastering이 그 과정들입니다.

    오늘은 새 앨범의 믹싱과정이 시작된지 열흘째 되는 날이네요.
    이번 믹싱은 저를 비롯해 참여한 모든 엔지니어들 모두가 애를 먹고 있었던것은 사실입니다
    베넷 스튜디오의 Dae는 했던 믹스를 다시 하고 있었고, 브룩클린 레코딩의 Andy는 한곡당 저랑 11시간 가량을
    씨름하고 있었고 앨범 멋진하루 부터 푸디토리움의 첫 앨범까지 모든 사운드를 도맡았던 Rich 역시
    이번 믹스는 넘 힘들다며 처음으로 저에게 믹스기간을 늘려달라는 요청까지 했어요.

    그리고 결국
    전 오늘 모든 엔지니어들에게 진행되고 있는 믹스들을 모두 중지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앨범들을 만들면서 믹스를 중지시킨 일은 처음이라 저에겐 참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중 하나는 제가 이곳에서 뮤지션들과,
    같이 연주 하고 녹음 했을때 느꼈던 그 순간의 느낌을, 스튜디오 현장에서 받았던 그 느낌그대로를
    음반을 듣는 사람들에게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위의 3가지 과정중 전 이번에 특히 tracking에 많은 부분을 할애 했어요. 아직도 믹스와 마스터링에서
    무엇인가의 변화를 원하고 시간을 부여하는 경우들이 많지만,
    저에겐 가장 중요한건 레코딩 그 자체라는 사실이 시간이 갈수록 더 와 닿더라구요.

    믹스 엔지니어들에겐 말 그대로 engineer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사실 믹스는 'engineering' 이 아니라
    하나의 긴 시간을 요구로 하는 'performance' 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아마 트랙킹을 너무나 잘해주었던
    소위 뉴욕에서 다들 한가닥씩 하는,
    이번의 엔지니어들 역시도 마지막의 후반작업에선 오리지널을 지키는 것에서 벗어나 무엇인가를 계속 더할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와지기가 상당히 힘들었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가장 신뢰하는 엔지니어 리치 역시도
    오늘 오랜 상담끝에 제 결정을 지지해준걸 보면 이게 다들 쉬운 문제가 아닌가봐요.

    결국 다시 믹스를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계속 같이해주고 있는 제레미와 그의 집에서, 최근 지나친 클러빙으로 해고되어
    집에 24시간 상주하고 있는 그의 아내를 모니터 요원으로 하여 철저히 가내 수공업의 방식으로.
    모든 이펙트와 이퀄라이저, 플러그 인 기타등등의 현대 녹음 테크놀로지들을 거의
    배제한체 오직 귀와 토할때까지 모니터하기 이 두가지의 전통적 방식에만 의존해서요.

    제가 스튜디오 겪었던 그 순간들, 그대로를 재현해서 듣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것.
    이것이 이 앨범에 참여해준 아티스트들에게 그리고 푸디토리움의 음반을 듣는 분들에게
    제가 가장 할 수 있는 고마움의 표시이자 마지막 최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말이죠
    기말고사 기간에 리포트 밤새 쓰다 아침 동틀때 한글워드 갑자기 종료되면서
    다 날아가버릴때의 그 아찔함.
    그런 이 기분은 어찌 해야 할까요.
    뉴욕의 여름은 저 워싱턴 스퀘어 파크의 분수처럼 마냥 신난 듯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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